5월 29, 2023

비와 공허함

비와 공허함

 

비는 멍하니 내리더니

소리 없이 비로 적셔져 가는 길 위로

작은 물줄기들은 어디론가 흘러갔고

나는 그 흔적을 바라보며 멈춰 섰다

 

내 마음은 채워지지 않는 그 무언가로 가득 차서

비 떨어진 땅에 닿는 빗방울처럼

조용히 흩어지고 소리 없이 사라져

어디론가 멀리 떠나버린 듯하다

 

비는 젖은 나뭇잎을 통해 말했다

가려진 눈물을 담아 나에게 전하며

그 속엔 비로 인해 상처받은

마음을 표현하는 암울한 편지가 있었다

 

공허함은 언제나 비를 따라다니며

툭툭 떨어지는 빗방울의 소리로 스며들어

하늘과 땅이 하나가 되는 듯한 순간에

나의 마음을 더욱 더 알아차리게 한다

 

그리고 나는 그 허전함을 안고 비에 섞여

서서히 적셔가는 길을 따라 걸어가리라

비 내리는 세상의 공허함을 알면서도

나의 마음을 그 공허함과 함께 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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