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공허함
비와 공허함
비는 멍하니 내리더니
소리 없이 비로 적셔져 가는 길 위로
작은 물줄기들은 어디론가 흘러갔고
나는 그 흔적을 바라보며 멈춰 섰다
내 마음은 채워지지 않는 그 무언가로 가득 차서
비 떨어진 땅에 닿는 빗방울처럼
조용히 흩어지고 소리 없이 사라져
어디론가 멀리 떠나버린 듯하다
비는 젖은 나뭇잎을 통해 말했다
가려진 눈물을 담아 나에게 전하며
그 속엔 비로 인해 상처받은
마음을 표현하는 암울한 편지가 있었다
공허함은 언제나 비를 따라다니며
툭툭 떨어지는 빗방울의 소리로 스며들어
하늘과 땅이 하나가 되는 듯한 순간에
나의 마음을 더욱 더 알아차리게 한다
그리고 나는 그 허전함을 안고 비에 섞여
서서히 적셔가는 길을 따라 걸어가리라
비 내리는 세상의 공허함을 알면서도
나의 마음을 그 공허함과 함께 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