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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Story : smwise.com



단편소설 [WC Story] 버스정류장 그녀와 WC의 만남

 

 

1. WC : Walking Cutline


내가 대학에 갓 입학을 했을 때의 일이다.

나는 안암동에 있는 K대학교 공대에 다녔다.


남중, 남고를 졸업한 나는 대학에 입학하기만 하면 아리따운 여대생들과 캠퍼스 잔디밭에서 낭만을 즐기리라 굳게 다짐하고 있었다.

그런데, 현실은 우리 과에 여학생은커녕 여자와 비슷해 보이는 사람도 없을 뿐만 아니라 더욱이 신입생이라는 인간들이 입학하자 마자 취업준비를 위한 스펙 쌓기에 열중이어서 낭만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친구들은 나를 Walking Cutline라고 부른다. 내가 술자리에서 정시 추가합격으로 입학했다는 것을 발설한 이후로 우리 과에서 내 별명은 Walking Cutline이 되어 버렸다. 그것도 모자라 줄여서 WC라고 부르는 인간들이 대부분이다.

 

나는 강북에 있는 일반 고등학교에서 전교권에 드는 우수한 학생이었다. 그런데 대학에 와 보니 우리 과의 대부분이 특목고 출신이거나 강남 출신이고 나처럼 강북의 일반고 출신은 거의 없었다.

 

강북 일반고 출신에 Walking Cutline, 심지어 WC라고 불리던 나는 친구들의 무시와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고등학교와 달리 대학교는 팀 Project라고 하는 조별 과제가 많았다. 우리 과 친구들은 WC인 나와 같은 조가 되기를 꺼려했고 이로 인해 나는 서서히 왕따가 되어 가고 있었다.


꿈에 부풀어 있던 나의 대학 새내기 시절은 엉망이 되었다.

 

2. 버스 정류장 그녀


우리 집은 우이동 도선사 근처이다. 나는 도선사 입구의 버스정류장에서 101번 버스를 타고 학교에 다녔다.

 

3월 말 어느 날이었다. 우리 과에서 가장 깐깐한 교수님이 수업을 하는 전공 수업이 있는 바로 그 날이다. 수업시간에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다. 향후 수업은 팀 프로젝트로 이루어지므로 각자 팀을 짜서 명단을 제출하라고 했다

물론 WC인 나와 한 팀이 되겠다는 선의를 베풀어주는 인간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 수업을 마치고 기분이 상한 나는 다른 수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집으로 향했다. 학교 앞 버스정류장에서 집으로 가는 101번 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때, 그녀를 발견했다.


그녀는 나를 모르지만 나는 그녀를 알고 있다

나와 같은 학번이고, 영문과 학생이며 이름은 '산인' 성은 '두'씨 즉 두산인 이다

성도 특이하고 이름도 특이한 그녀를 나는 입학 전 전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알게 되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때 눈에 띄는 외모의 그녀를 보며 우리 과 남자들이 쑥덕대던 것을 듣고 그녀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학교에서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지만 개인적인 친분은 전혀 없으며 더욱이 그녀는 나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

 

어쨌든 버스정류장에서 그녀를 의식하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드디어 집에 가는 101번 버스가 도착했다. 나는 버스에 올라탔고 언제나 그렇듯이 종점까지 가는 나는 버스의 맨 뒷자리에 불량스럽게 걸터 앉았다.


그런데, 두산인 그녀도 나와 같은 버스에 타는 것이 아닌가!

나는 뒷자리에서 괜한 호기심과 설렘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버스가 미아리를 지나 수유리 그리고 거의 종점인 도선사 입구가 다가오는데도 그녀는 내리지 않았다. 이제 버스에는 그녀와 나 그리고 기사아저씨만 남았다.

 

이윽고 버스가 종점인 도선사 입구에 도착했고 나는 그녀의 뒤를 따라 버스에서 내렸다.

그녀의 발걸음은 우리 집 방향으로 향했고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그녀를 따라가고 있었다. 그녀는 우리 집을 지나쳐 계속 걸어갔고 나는 그녀의 모습을 뒤로한 채 집으로 들어갔다.

 

그 이후로 우리는 등 하굣길에 몇 번을 마주쳤다. 서로 의식은 하지만 아는 척은 하지 않는 어정쩡한 관계가 몇 개월간 유지됐고 그 사이 1학기가 끝나고 긴 방학을 보내며 그렇게 그녀는 나에게서 잊혀지는 듯 했다.

 

3. 그녀와의 짧은 만남과 영원한 이별


어느덧 2학기가 시작되었다. 나의 왕따 생활도 심해져 갔다.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군대를 선택했다.

 

입영신청서를 내고 약 1개월 후 영장이 나왔다. 나를 왕따 취급하던 학교 동기들이 고맙게도 입대 환송회를 열어 주었고 나는 그날 대낮부터 태어나서 가장 많은 술을 들이부었다.

일찍 시작된 술자리는 해가 어둑해질 무렵 끝이 났고, 나는 친구들의 아련한 눈빛을 뒤로 한 채 집으로 가는 101번 버스 맨 뒷자리에 몸을 실었다.

 

집에 가는 버스에서 갑자기 그녀가 보고 싶어졌다

군대에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그녀의 모습을 먼 발치에서라도 한번 보고 싶었다.

나는 도선사 입구 정류장에 내려 언젠가 버스를 타고 도착할 그녀를 기다렸다

버스가 도착할 때 마다 혹시 그녀가 내리는지는 않을까 버스를 살폈다.

그렇게 몇 시간을 기다렸고 자정이 됐다

몇 시간 전부터 부슬부슬 내리던 비는 이제 제법 빗줄기가 굵어지고 있었다

이제 남은 버스는 막차 단 한 대뿐이다

이번에 도착하는 버스에 그녀가 타고 있지 않으면 나는 그녀를 영원히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서 막차가 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가슴이 쿵쾅거리고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드디어 버스가 도착했고, 버스 안에서 내릴 준비를 하는 그녀를 발견했다.


기뻤다. 그녀를 봤으니 됐다. 그녀가 나를 발견하지 못하도록 빨리 도망가고 싶었다. 그러나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버스에서 내리는 그녀 앞에 그대로 우뚝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버스에서 내린 그녀가 가로막고 서 있는 나를 보며 흠칫 놀란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안녕? 나 알지?”

그녀가 다소 놀란 듯 경계하며 대답했다. “안녕? 그런데여기서 뭐해?”

기다렸어내가 용기를 내서 말했다.

어머! ? 언제부터 있었던 거야?” 그녀가 놀라 되물었다.

 

나는 그저 입대하기 전에 그녀를 한번 보고 싶었노라고, 그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노라고 담담하게 그녀에게 말했다.

그녀는 수줍은 듯 웃었다.

그리고 한 동네에서 친하게 지냈으면 좋았을 텐데, 내가 군대에 가게 되어 아쉽다고 했다.

 

시간은 12시를 훌쩍 넘어가고 있었고 우리는 각자의 집으로 가야만 했다. 그녀의 집은 우리집에서 약 100m 정도 떨어진 곳이라고 했다. 우리는 함께 서로에 대해 이야기 하며 각자의 집을 향해 같은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녀는 다음 학기에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간다고 했다.

내가 군대를 제대하고 그녀가 미국에 돌아와서 우리가 다시 만나면 그 때는 친하게 학교도 같이 다니고 즐겁게 지내 보자고 했다.

우리는 평소 10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를 천천히 아주 천천히 족히 1시간은 걸려 그녀의 집 앞에 도착했고 그녀와 나는 연락처를 주고 받았다.

 

군대에 있어도 해외에 있어도 서로 연락 하자고 했다. 제대하고 그리고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 다시 만나자고 했다.

 

우리는 그렇게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헤어졌다.

그렇게 끝이었다. 나는 그녀를 영원히 다시 보지 못했다.

 

두산인이라는 그녀의 특이한 이름 탓에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기억했지만 그녀의 소식을 듣거나 그녀의 행방에 대해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군 제대 후 영문과 학과 사무실에 그녀의 행방을 물었으나 내가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그녀가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간 것이 아니라 단지 내가 군대 갈 무렵 휴학을 했다는 것 뿐이었다. 그리고 복학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집에도 찾아가 봤다. 그 집에는 그런 사람이 없다고 한다. 그 집에서 수십년을 살았다는 주인아주머니 말에 다르면 그 집에는 씨 성을 가진 사람도 없고 딸도 없다고 했다.

 

다만 그 집 아저씨가 19년 전 ‘D’ 그룹에서 명예퇴직을 가장한 정리해고를 당해 홧병으로 숨졌다는 사실만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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