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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Story : smwise.com



나는 SM이다.


나는 음주를 즐긴다."episode6. SM(색마), 회식을 하다."을 통해 나의 회식자리에서의 활약상에 대해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술의 종류는 당연히 폭탄주다. 그리고 내가 평소 가볍게 즐겨 마시는 술은 막걸리다. 단지 내가 SM이라는 것 때문에 내가 양주를 즐겨 마실 것이라는 편견은 버리는 것이 좋다.


나의 세련된 이미지와 막걸리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막걸리에 해물파전이야말로 내가 가장 선호하는 음주 메뉴이다.



episode7. SM(색마), 막걸리 그리고 해물파전



나는 SM이다.


나는 막걸리에 해물파전을 즐긴다. 막걸리와 파전, 생각만 해도 입안에 군침이 돈다.


나는 남들이 좋아하는 꽃등심이나 소곱창 같은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비싸서 그런 것이 아니다. 누가 사준다고 해도 이런류의 안주들은 내가 선호하는 음식이 아니다. 


어릴때부터 나는 이런 음식을 선호하지 않았다. 우리 집은 굉장히 부자였고, 이런 음식들이 사방에 널려 있었고 흔했지만 나는 이런 음식보다는 계란말이, 계란찜, 부침개 같은 음식을 즐겨 먹었다.


비오는 날 노릇노릇하게 잘 익은 해물파전에 시원한 막걸리 한잔 들이키면 세상에 더 큰 행복이 없을 정도로 기분이 흡족하다.


파전 중에서도 회기역 파전골목(경희대 파전골목)의 커다랗고 두툼하면서도 기름이 뚝뚝 떨어지는 느끼한 파전을 좋아한다. 회기역 파전골목에 있는 나그네 파전, 낙서파전, 이모네 왕파전 같은 곳이 내가 즐겨 찾는 곳이다.


지방에서 올라온 내가 회기역 파전골목을 알게 된 것은 Y의 덕분이다. 


Y는 "episode3. SM(색마) 서울 상경기"에서 등장한 인물로 지금까지 나와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나의 최측근이자 절친이다. 명석하고 빼어난 두뇌의 소유자이고 뛰어난 능력으로 사내외에서 크게 인정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겸손하고 친절할 뿐만아니라 순수하고 착하기까지 한 인물이다.


다른 사람들은 Y처럼 순수한 사람이 나와 친하다는 것에 대해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고 혹시 Y가 나에게 나쁜 물이 드는 것이 아닌지 걱정을 하지만 나는 남들의 그런 시선을 전혀 개의치 않는다. 물론 Y도 나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악의적인 소문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


Y에 대한 이야기는 앞으로 차차 더 하기로 하고 내가 회기역 파전골목을 알게된 아야기를 계속 하겠다.


때는 내가 서울에 올라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이다. 정확하게는 "episode3. SM(색마) 서울 상경기"의 회현동 여관 사건이후 몇일이 지난 어느 날인 것으로 기억된다.


나는 서울에서의 진정한 유흥의 기회를 제공해 주지 않는 Y에게 크게 서운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호시탐탐 착한 Y를 꼬득여 유흥의 기회를 엿보곤 했다. 

문제의 그 날도 오후에 어디 술자리가 없나 어슬렁거리며 Y의 사무실로 갔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을 은연중에 Y에게 이야기하며 술 한잔 사라는 식으로 Y를 꼬득였다.


순진한 Y는 나의 꼬득임에 화답하듯 내가 좋아하는 파전을 대접하겠다고 했고, Y의 이런 반응을 기대하고 있던 나는 덥썩 Y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퇴근 후 Y와 나는 전철을 타고 회기역으로 향했다.


나는 당시 친구의 자취방을 나와 인천으로 이사를 한 때였다. 집이 인천임에도 불구하고 인천과 정반대인 회기역까지 술을 먹으러 간다는 것이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내가 계산하는 술자리가 아닌 이상 내가 고려해야 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해물파전을 먹으러 간다면 이 세상 어디에라도 갈 수 있을 것 같은 생각 뿐이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단지 표면적인 이유일 뿐, 실제로는 파전 외에 Y를 꼬득여 2차로 불빛이 번쩍 거리는 유흥가 어딘가에서 서울에서의 본격적인 유흥을 즐기려는 큰 기대감 때문에 회기역까지 거슬러 올라갔던 것이다.


그렇다. 내 생각은 그때나 지금이나 온통 유흥에 대한 생각 뿐이다.


전철을 타고 가는 동안 Y는 나에게 회기역 파전골목의 파전에 대해 상세히 묘사를 해 주었다. 퇴근 후 한참 배가 고픈 시간에 Y의 파전에 대한 생생한 묘사를 들으니 더욱 배가 고파왔고 파전에 대한 생각 때문인지 잠시나마 유흥에의 갈망을 잊을 수 있었다.


드디어 전철이 회기역에 도착했고, Y와 나는 회기역 파전골목 안쪽에 있는 '나그네 파전'이라는 곳에 들어갔다. 


나그네 파전 안에는 기름냄새가 자욱하게 깔려 있었고, 대학가 인근이라 그런지 젊은 대학생들이 막걸리를 마시며 왁자지껄 떠들고 있었다. 

나는 언제나 그렇듯이 들어가자 마자 예쁜 여대생들이 있나 살펴보았고, 가장 눈에 띠는 여대생이 있는 곳 인근에 그 여학생이 마주보이는 빈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나는 자리에 앉자 마자 벽면의 메뉴판을 보는 척 하며 맞은편에 앉은 그 여대생의 얼굴을 살폈다. 


예뻤다. 


그러나 계속 쳐다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다시 메뉴판을 보고 이것저것 주문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Y는 주문을 많이 하려는 나를 만류하며 꼴랑 해물파전 하나와 막걸리만을 주문했다. 


해물파전은 당시에도 저렴한 6,000원 밖에 하지 않았는데 다른 메뉴를 더 주문하지 않는 Y가 야속하게 느껴졌고, 심지어 속으로 Y를 짠돌이라고 욕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또한 나의 착각이었고 나의 욕심이었다.


드디어 주문한 파전이 나왔다. 그런데 그것은 내가 생각하던 파전의 스케일이 아니었다. 일단 크기는 시중에서 파는 피자보다 더 컸고 두께 또한 일반 파전 3~4개를 합쳐 놓은 것 보다 더 두꺼웠다. 뚝뚝 떨어지는 기름과 함께 크게 한젓가락을 집어서 입에 넣어보니 그 고소하면서 깔끔한 맛과 입안에 씹히는 해물의 조화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나는 허겁지겁 파전을 먹고 막걸리를 들이부었다. 그 많던 파전이 거의 없어질 무렵 Y가 나에게 파전 한나 더 먹겠냐고 물었고 나는 당연히 좋다고 했다. 그렇게 파전 2판을 거의 다 먹어갈 무렵, 배도 어느정도 차고 약간의 술기운이 올라 기분이 알딸딸해지자 또 다시 맞은편에 앉은 여대생의 미소띤 해 맑은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부끄러웠다. 아무리 파전을 좋아하기로서니 SM으로서의 본분을 잊고 파전에만 몰두한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슬슬 Y에게 발동을 걸었다. 


나는 파전의 기름이 잔뜻 묻은 번들번들한 입술을 연일 씰룩이며 서울의 유흥에 대해 이것저것 묻기도 하고 맞은편 여대생이 정말 예쁘지 않냐고 Y의 동의를 구하기도 하고... ... 나의 노력은 필사적이었다.


그러나 Y는 정말 착하고 순수한 사람일 뿐만 아니라 선비 그 자체였다.


한낱 썩어빠진 나의 욕망은 Y의 순수함을 넘어설 수 없었다. 


나는 자포자기하여 계속해서 파전과 막걸리를 들이부었고 어느새 내 배는 주체하지 못할 만큼 차올라 있었다. 


기름으로 가득 배를 채운 그 느끼한 기분을 상상해 보라! 술은 취해오고 느끼함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충만해져 있었다. 속이 미식미식해 지고 정신이 혼미해졌다.


맞은 편 여대생의 아름다운 미소가 나를 비웃는 조롱으로 느껴졌다. 


이 모든 것이 나의 욕망 때문이다. 음식에 대한 욕망으로 기름덩어리를 마구 쑤셔 넣고 술에 탐닉하여 막걸리를 들어부은 나의 실수였다. 


비워내고 싶었다. 아니 내 의지와 관계 없이 내 안에 있던 파전과 막걸리가 탈출을 시도했다.


그리고, 그리고 ... ...


기어이 그것들은 탈출에 성공했다.


나는 앉은 장소에서 나와 눈이 마주친 그 여대생을 향해 입안의 음식물을 분수처럼 쏟아내고야 말았다. 분수가 태양에 반사돼 무지개가 만들어지 듯, 분출된 형체를 알 수 없는 음식물은 허공에서 오색찬란하게 빛났다.


순식간에 '나그네 파전'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나와 Y는 쫒겨나듯 그 집에서 도망쳐 나와야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나의 욕망은 꾸역꾸역 쑤셔 넣은 파전과 술의 반란으로 그렇게 다시 사그러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SM이다.


십여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가끔 경희대 파전골목에 가서 막걸리를 마신다.


그 날의 욕망이 음식으로 분출 되었듯이, 무엇이든 과하면 다른 무엇이라도 분출된다는 진리를 깨우치듯 그렇게 나는 오늘도 파전에 막걸리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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